기술과 감성, 그리고.  
Front Page
Tag | Location | Media | Guestbook | Admin   
 
나는 더이상 인터넷을, 그리고 언론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세간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을 유언비어(流言蜚語)라 한다. 이런 유언비어가 떠돌게 되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정치적 폭력에 의해 언로(言路)가 막혀 있을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당성을 공적(公的)으로 확보하지 못한 집단 또는 개인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상대를 공격하는 비열한 수단인 경우이다. 하지만 그 어느 편도 내용의 진실성보다는 퍼트린 자 또는 조작한 자의 주관과 목적에 더 충실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정의감에 의해서든, 사적(私的)인 이익을 위해서든, 또는 정치적 폭력이 두려워서이건, 자기를 드러내면 금세 그 목적이 탄로날까 두려워서이건, 그 근원이 뚜렷하지 않은 이상 진실 여부에 대한 토론이나 비판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듣는 사람이 좀 이상하게 느껴져도 전하는 사람 또한 '들었을 뿐'이기 때문에 따져 물을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슬기로운 사람은 유언비어를 들어도 전하지 않는다. 진실은 확인할 길이 없고, 꾸며댄 자나 퍼뜨린 자의 주관과 목적만 되풀이 강조되는 그런 종유의 뜬소문을 다시 전하는 것은, 잘해야 용기 없는 정의(正義)의 주관(主觀)에 뇌동(雷動)하는 것이 되고, 자칫하면 악당을 쓰러뜨리기 위한 다른 악당의 계교를 도와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민중들에게 생각 밖으로 위력적인 것이 또한 유언비어이다. 퍼져나가는 동안의 알 수 없는 자가증폭(自家增幅)의 속성은 때로 선동력으로까지 커벼 어줍잖은 기폭제(起爆劑)로도 강력한 권력 집단의 몰락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기도 한 까닭이다.


위의 말은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작가 이문열씨가 삼국지 초반 "황건의 난"을 소개하며 덧붙인 말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 이야기는 진실 혹은 진리에 근접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유언비어에 의한 누명으로 생사를 달리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달리하기도 했던 것이다.

아주 가까운 예로 "쓰레기 만두파동"을 들 수 있다. 한때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쓰레기 만두파동"은 결국 실체가 없는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만두 제조 업체가 폐업을 선택했고, 일부 경영인은 따가워진 사회의 시선과 경제난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먹거리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국가 이미지에도 심대한 손상을 입었다. ― 실제로 이 당시 외국에 수출된 많은 먹거리들이 리콜되어 돌아왔다. ―
"쓰레기 만두 파동"의 요지는 단무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단무지 짜투리 부분을 만두 제조에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단무지를 가공할때, 그 원료로 사용되는 무를 통째로 단무지로 가공 한 후 잔뿌리나 무의 껍질등을 벗겨 포장하게 되는 데, 그 잔뿌리나 껍질등이 만두소의 재료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 내용을 대충만 본다면 잔뿌리나 무의 껍질등이 단무지를 만들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 혹은 "이물질"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한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진실은 정말 다른 곳에 있다.
일단 음식물 찌꺼기 정도로 생각될 수 있는 단무지 짜투리들은 우리가 먹고 있는 단무지와 완전히 동일한 조건(위생 조건·가공 절차 등)하에 가공된 것이다. 단무지 제품과 그 짜투리는 최종 포장 안에 들어갔느냐, 들어가지 못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위생 조건으로 본다면 단무지 자체를 안먹는다면 모를까 그 짜투리가 위생이나 영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 사실 나는 단무지 자체를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단무지 짜투리가 음식물 쓰레기나 불량품이라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할수 없다. 이것은 마치 과일 농장에서 "상품(上品)"의 과일을 상자포장해 고가의 제품으로 만들고 "하품(下品)"의 과일을 따로 모아 "떨이"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덜하면 덜했지, 더한 차이는 아닐 것이다.
또 한가지, 만두소를 만들때 상품(上品)의 단무지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가공의 첫단계는 다량의 수분을 포함한 단무지에서 물을 짜내는 것일 것이다. ― 실제로 집에서 만두소를 만들때또 먼저 김치의 물을 짜내는 것이 보통이다 ― 하지만 잔뿌리나 단무지의 껍질은 제품화된 단무지에 비해, 육질이 단단해 함유하고 있는 수분양이 적어 가공하기도 수월할 수 있다.
즉, 만두소를 만들때 단무지 짜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위생·영양상 아무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가공의 수월성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그냥 버려질수 있는 잔뿌리와 껍질을 사용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도 그만큼 줄어들이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게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수도 있는 일인 것이었다. ― 아마도 예전처럼 농촌 지도소가 제 역할을 한다면 단무지 짜투리 활용을 독려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
결과적으로 "쓰레기 만두 파동"에 관련된 모든 사항은 법정에서 '무혐의'처리 됐으나, "무혐의" 처리에 대한 내용을 "쓰레기 만두 파동"을 떠벌일 때만큼의 비중으로 보도해 주는 언론사는 없었다.

내가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은 이런 언론의 보도 행태이다.
사실 "쓰레기 만두파동"에서도 정말 제대로 된 정론지(正論紙)라면, 한번쯤 그 실체적 진실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각종 언론 매체는 공을 앞세우기 위한 경찰 권력이 불을 붙여준 "쓰레기 만두 파동"에 기름을 붙고 부채질하는데 급급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언론 스스로 유언비어를 확대 재생산하는 첨병의 역할을 자임하게 만들었다.

이에 덧붙여 이 사건을 통해 느끼게 된 문제점 중 또 하나는,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이른바 "스타"들의 자세이다. 쓰레기 만두 파동 당시, 영화 "올드 보이"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배우 최민식은 "나는 올드보이에서 만두만 먹었을 뿐 아니라 평소에도 즐겨 먹는다. 쓰레기 만두를 만드는 사람은 사형감이다."라는 요지의 인터뷰를 내기도 해, 국민들의 원성에 기름을 붙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사건 자체가 무혐의로 처리된 시점에 그의 후속 발언에 대한 전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대부분의 스타들은 그들 스스로 "공인(公人)"으로 자처한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스스로의 자처함에 걸맞지 않게 사회적 책임도 느끼지 못하고, 대중에게로의 발언이나 행동에도 신중함이 없다. ― 나는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공인이라 함은 공공의 돈으로 공공의 직(職)을 수행하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혹은 공공 기관 근로자로서, 그 사생활의 청렴함 역시 공공의 감시 대상에 포함되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연출된 노출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어가는 사람으로서, 그 사생활은 공공에의 노출 범위가 아니며, 청렴함 역시 개인의 양심에 따를 뿐이다. 하지만 대중에게로 잦은 노출 빈도에 의해 사회적 책임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들의 도덕성은 법제적 테두리가 아닌 개인의 양심에 의해 강제되어야 한다. ― 여기서 연예인 혹은 스타들에게 바라는 사회적 책임이란 여론의 흐름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해 인기를 제고(提高)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론이나 대중이 미처 짚어가고 있지 못한 점을 인지해 신중하게 대중을 이끄는 것을 말한다. 그런 시각을 갖추지 못한 연예인은 차라리 침묵함만 못하다. 물론 혹자는 "개인의 발언권 침해"라 말 할수도 있지만, 그들의 공공에의 노출로 금전적 이득을 보는 사람인 만큼, 또 그만큼 사회적 파급력을 갖춘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은 제대로된 식자(識者)라면 눈앞에 당장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또다른 진실을 알고자 노력하고, 그 진실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확인시켜주는 일화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일고 있는 광우병 파동에 대한 문제는 어떠한가?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네티즌들이 생중계하고, 시시각각으로 시위 현황을 업데이트해준다.
여기서 시위장면 생중계는 차치(且置)하고, 시위 현황에 대한 뉴스는 이른바 "카더라"통신이 난무한다. 또 이를 인터넷 언론이나 정론지에서는 여과없이 재중계한다. 물론 그 근거를 밝힐수 없기에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는 "증거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로 끝나고 있는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일반 네티즌들은 그 기사를 보고, 그 기사가 진실이라 생각하고 분노한다. 또 이 기사의 진실성에 시비가 일면, 해당 언론사는 은근슬쩍 기사를 내리면 그만이다. 일단 조회수를 올리고, 판매고를 올리고 보자는 "황색지"의 전형이다.
사실 시위현장의 인터넷 생중계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군사정권 아래서의 언론 조작 예로, 보도 사진을 들 수 있다. 지면으로 나가는 사진은 시위대의 반대편. 즉 전경측에서 바라본 시위대의 모습이 주로 채택된다. 그렇게 되면 사진에는 성난 모습으로 전경에게 다가오는 시위대의 모습을 부각돼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객관성"때문에 시위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라 믿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시위현장 중계의 열에 아홉은 시위대의 편에서서 촬영한 장면을 보여주게 된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주도적으로 "미국 소고기 수입 반대"시위에 나간 사람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접하고 있는 정보가 얼마나 객관적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행동해도 늦지않으나, 대다수의 대중들이 너무 즉흥적인 반응들이 보이고 있는것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되는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에 범람하고 있는 정보들의 객관성과 진실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래(古來)로부터 지성인에게는 사회적 책임을 물어왔다. 사회나 그 구성원이 올바른 정신과 균형잡힌 비판의 잣대를 가지고 발전해 나갈수 있도록 그들을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어줍짢은 지성인들은 황색지와 동화되어 자신의 아집을 공고히 한 채, 사회 전반의 시각을 편향된 방향으로 몰고 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걱정이 된다. 이런 다소 건방진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어설픈 배움과 시각을 가지고 분에 넘치는 글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흩뿌려 놓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ag : , ,


BLOG main image
아직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고 산 만한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Notice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163)
일상을 늘어놓다 (43)
나를 찾아 떠나다 (53)
마음을 데우다 (18)
최고를 꿈꾸다 (32)
Resume (16)
 TAGS
FA저널 기고문 FA Jurnal MVC패턴 MVC NGF 프레임워크 Pattern MVVM 잡지
 Calendar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Recent Entries
동료애, 팀웍(teamwork) 그리고 파트너쉽(P.. (2)
MVC패턴과 그 가계(家系) (4)
[리쿠르트] Trust yourself? or Trust only..
[오감도] S1. His Concern
[패턴] 정의와 의의
[소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잡지 기고문] NGF 그리고 프레임워크
이정표
항구
하늘, 초보의 습작품.
 Recent Comments
좋은글 감사합니다...
lee - 14:34
MVVM에서 모델하고..
lee - 13:59
감사합니다 ^^ 정말..
좡이 - 01/12
감사합니다 좋은 글..
디키썬 - 2011
잘 보았습니다~ 페..
김영훈 - 2011
잘보았습니다. 멋진..
주연 - 2011
고맙습니다 ^^
쎄미 - 2011
멋진 글이네요.
dd - 2010
김영하! 아, 정말 말..
Bailar - 2008
어릴때 단양에 다녀..
짱구눈썹 - 2008
 Recent Trackbacks
 Archive
2011/01
2010/08
2010/04
2010/02
2009/03
 Link Site
OnOffMix
전병선, ENSOA
이건복, .NETXPERT
안재우, .NETXPERT
김유철, .NETXPERT
이동범, .NETXPERT
강성재, Microsoft
SmartPlace
류한석, SoftBank
황재선, SoftBank
황순영, Feelanet
정용주, Miracom Inc.
노현종, Miracom Inc.
 Visitor Statistics
Total : 69,432
Today : 8
Yesterday : 18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