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소고기의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 여부 문제는 이미 몇몇 언론을 통해 언급되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나는 여기에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여기에 올린 나의 생각은 이미 관련 문제를 언급한 특정 언론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것이 아니라, 복수의 통계 및 보도자료를 통해 얻은 정보를 나름대로 정리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소고기는 사육방식에 따라 크게 곡물비육우(穀物肥肉牛, Grain-fed)와 목초사육우(牧草飼育牛, Grass-fed)로 나뉜다. 말 그대로 곡물비육우는 주로 곡물을 사료로 축사에서 키워지는 소고기를, 목초사육우는 방목 상태에서 목초만을 먹고 자라나는 소고기를 가리킨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산 소고기의 대부분은 곡물 사료를 먹이는 곡물비육우인데, 이때 동물성 사료도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 동물성 사료는 광우병 등의 발병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비자들의 수입육에 대해 우려와 부정적 편견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뉴질랜드와 대부분의 호주산이 목초사육우에 해당한다. 목초사육우는 목초를 먹고 방목 상태에서 자라나기 때문에 곡물비육우에 비해 체내 지방 축적이 낮고 광우병 발병 확률 또한 낮아진다.
하지만 맛에 있어서는 목초사육우가 곡물비육우에 비해 떨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마블링(근내 지방도)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은 꽃등심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거나 붉은 살점에 적당히 지방이 어우러져 나는 감칠맛을 좋아하는데, 목초사육우는 소들이 자유롭게 초원을 다니며 풀만을 뜯어먹고 지내기 때문에 몸안에 지방이 쌓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곡물비육우는 상대적으로 마블링 상태가 좋을 수 밖에 없으며, 곡물비육우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는 더 맞는 것이다.
목초사육우의 예에서 "대부분의 호주산"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렇게 국내 소비자들이 마블링 좋은 소고기를 선호하고 값도 훨씬 비싸기 때문에 호주에서 한국 수출용 육우의 일부를 곡물로 비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곡물비육우가 맛은 좋을 수 있으나, 소를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운동량을 줄이며 열량 높은 사료를 먹여 마블링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몸에 이로울 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국내에서 마블링이 잘 된 소고기를 선호하는 현상이 명백하고, 우리나라에 소고기를 수출하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 조차 우리 입맛에 맞게 곡물비육우를 생산해 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국내산 소고기는 어떨까? 확인해보나 마나한 사실이긴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고기는 곡물비육우이다. 이것은 소비자의 기호 뿐 아니라, 목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적 한계점에도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는 소고기가 광우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사육 환경, 특히 그 먹이를 관심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광우병이 전염성이 아닌, 동물성 먹거리에 포함된 프리온(Prion)이라는 물질이 "전달"되어 발생하는 병이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국내에서 소를 비육하는데 활용하는 먹이 중 대표적인 것이 "여물"이라 불리는 건초와 사료일 것이다. 건초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곡물을 수확하고 난 뒤에 거둬들이는 짚을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안전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소나마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사료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료 부문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1967년 국내에 진출해 2007년 매출이 5000억원에 이르는 애그리브랜드퓨리나이다. 이 업체는 2007년 매출 순위를 기준으로 한 매일경제 1000대 기업 순위에서 453위를 차지할 정도의 대형 기업이다. 이름에서도 알수 있듯 애그리브랜드퓨리나코리아는 외국계 업체의 한국 법인인데, 그 회사의 모기업이 시장점유율 40%의 세계 최대 곡물 회사인 카길(Cargill)이다.
카길이라는 회사는 다우너(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도축하고, 지난해 대규모 쇠고기 리콜 사태를 불러 일으킨 회사로도 유명하다. 나는 여기서 '과연 카길이 운영하고 있는 목장에서는 어떤 사료를 먹일까?'라는 곳에 생각이 미치자 당황스러움과 찝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광우병을 문제로 육골분(肉骨紛)을 직접 소에게 먹이지 않고, 그 육골분을 비료로 사용한 곡물을 소에게 먹이는 3단계 과정을 거치고 있다. 즉 직접적으로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는 않지만, 영양 순환 과정에서 그 육골분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의 사료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은 국내 언론에서 미국산 소고기가 여전히 광우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국산 소고기의 취약점이 드러난다. 비단 카길 계열사의 사료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료에 사용되는 곡물 원료의 태반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로 봤을때,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그 어떤 사료도 광우병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다우너가 100% 광우병을 앓고 있는 소라거나,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사료가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원료로 만들어졌다고도 말 할 수도 없다. 또한 동물성 사료 차체도 광우병의 원인이라는 것이 유력한 설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어디까지나 "설"이다. 그러나 우연히도 그 카길이라는 회사가 이미 우리 축산업에 뿌리를 깊히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성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심정적으로는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고 다우너 도축에 대해 우려하기에 앞서, 국내에 수입되는 각종 사료와 그 사료의 원료에 대해 우려하거나 수입을 반대해야 옳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축산업에 뿌리를 깊히 내린 업체를 일시에 축산업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국내 축산업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될수도 있어 그 어려움이 있다.
인간광우병 (vCJD)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일으키는 뇌질환의 일종으로, 수용성 단백질이 불용성으로 변하여 아밀로이드 섬유를 형성하여 뇌조직에 축적된다는 점에서 치매와 병리적 메커니즘이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30~40대 치매환자는 지난해 1242명에 달한다. 5년 전인 2003년 보다 20% 가량 늘어난 수치라고한다. 치매 중 가장 많은 것(60~80%)이 알츠하이머 치매이고 뇌졸중 등에 의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가 뒤를 잇는다. 30~40대에 오는 치매의 증상은 60~70대에 발생하는 노인성 치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건망증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진행되는 노인성 치매와는 달리 30~40대 치매는 행동부터 장애가 오는 경향이 있다고한다. 길을 찾지 못하거나 공간 개념이 떨어지기도 한다. 사실 이는 인간광우병의 증상과 너무 유사하기때문에, 인간광우병은 치매로 오해되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할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치매로 죽은 환자의 사후 부검결과 5~13%가 인간광우병"이었다는 예일대와 피츠버그대 의학팀의 발표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광우병의 발병 인자로 알려진 프리온은 300℃의 고온에서도 죽지 않기 때문에, 부검에 사용한 모든 기자재는 전부 폐기처분해야 하는데, 수술 기자재를 폐기하고 재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 의료기관이 국내 발병을 증명하거나 발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국내에 인간광우병 환자가 존재하거나 이미 그로 인해 생사를 달리했을 수도 있다는 강력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같은 현상들은 우리가 이미 먹고 있는 고기 자체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며, 어찌보면 육식 자체에 대한 경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위의 이야기와는 별개로 최근들어 미국 소고기 논쟁은 어이없게도 "이념의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나 여당에서 정국의 방향을 그렇게 몰고 가려는 경향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정부에 바라는 것은 격화되는 집회와 시위의 선동 주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고, 시위에 참여한 국민이 말하고 걱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직시했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좌우간의 대립이 사실이고, 대규모 항의 집회에 좌파 진영이 깊숙히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게 '호재'를 조성해 준것은 정부라는 점은 명백하다. 또 국민들은 좌파 세력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미국 소고기가 수입되더라도 먹기 싫다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모든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이들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장사치들이다. 중간 유통 과정에서 단 한사람만 이윤 추구를 위해 비양심적인 행위를 한다면, 원산지 표기에 대한 모든 노력은 무위로 돌아간다. 또 그 먹거리에는 "소고기"라는 이름이 붙어있지 않더라도, 그것을 원료로 하는 수많은 먹거리들이 있어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나온 이야기다. 정부가 소고기 수입을 실천에 옮기고, 국민들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동시에 보장하고자 한다면, 미국산 육류 수입업체의 목록을 공개하고, 그 수입업체와 거래하는 업체명 역시 전수 공개해 국민들이 전 유통과정을 걸쳐 미국산 육류 자체가 섞이지 않은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제공해 줘야 할 것이다.
이 글을 끝 마칠 즈음 내 머릿속에 스치는 난제가 있다. 의약품 생산에는 소 도축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무수히 활용한다고 한다. 어쩌면 소고기 자체보다 의약품이 광우병 위험에 훨씬 심대한 원인 물질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의료 선진국. 치료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되는 각종 미국산 의약품은 수입을 허용해도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