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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 헐크] 자아 정체성 위기(?)에서 벗어난 액션 히어로

최근 상영된 만화 원작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주된 관심사는 그들의 "자아 정체성"에 있었다. 갑작스레 생긴 능력에 대한 그들의 반응, 혹은 태생적 고민, 그리고 스스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까지. 대부분의 원작이 슈퍼 히어로의 액션 활극에 촛점을 맞춘데 비해 최근의 영화들이 다소 철학적인 주제로 빠지는 것은 일종의 유행에 대한 편승이 아닌가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영화를 단순히 영화로 보는 것이 아니고, 교화의 매체나 특정 메시지 전달을 위한 메신저로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돌이켜보면 5,6년 전을 즈음하여 영화를 중심으로 한 매체들에 대해 "철학"과 "결말의 반전", "통념의 전복(轉覆)"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같다. 물론 그때는 그것이 단순 오락물로서의 역할이 강했던 매체들에 참신함을 덧 씌우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 했던가? 단순 오락 거리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중요시 됐던 그런 "철학과 반전의 중시, 통념의 전복" 풍조는 어느새 "진부한 표현 방법"이 되어버렸기에, 이제는 다시금 순수한 오락물로의 회귀를 준비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 개봉된 "인크레더블 헐크"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이 영화에도 "헐크"와 "브루스 배너" 사이의 정체성에 대해 언급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브루스 배너가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한 발버둥이지, 근본적인 "자아 정체성"고민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설령 그것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라고 받아들일지라도 극의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의 흐름은 아닌것이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오락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선악 대립의 단순 명쾌한 줄거리, 풍부한 볼거리, 권선징악의 요소까지. 더불어 "Mr. Blue"가 헐크의 혈청에 반응하는 부분을 보여줌으로서 속편에 대한 복선까지도 보여준다. 이 "Mr. Blue"는 헐크의 혈청에 관심을 가지고 헐크를 도와주던 인물이지만, 그 도움이 자신의 "연구에 대한 욕구"를 위한 것인지 헐크를 "돕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선악의 중간 선상에 있는 사람이기에 그의 변화가 더욱 기대된다.

최근들어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즐겁게"만 볼 수 있는 영화에 보다 후한 평을 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 영화 역시도 "오락영화로서 매우 완성도 있다"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악과 흑백을 구분해 그 경계를 뚜렷하게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是非之心), 대부분의 남자들은 파괴적인 본능 ― 여기서의 파괴적인 본능이란 호승심과 호전적 기질 등을 가리키는 것이지 결코 무언가를 파괴해야 한다는 본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 을 내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어느정도의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 줄것으로 기대된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에 거부감 없는 여성에게, 그리고 사회적 책임으로 자신의 "액션 본능(?)"을 자제하고 있는 남성들에게 좋은 "오락 거리"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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