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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 선악의 경계

게으름은 블로거들의 공통적인 고민이겠지만, 나 역시 어느새 "귀찮음 증후군"에 의해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에 소홀해졌다.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글의 수를 월별로 보면 매달 절반씩 떨어지더니, 심지어는 하나도 없는 달이 속출한 것이 그 부정할수 없는 방증(傍證)일것이다.
게으름에 대한 조금의 경각심과, 생각을 어디엔가 쏟아놓고 싶은 욕구가 만나 다시 포스팅을 시작하려했으나, 수십일간 엉켜버린 생각의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낼지 몰라 하던차에, 포스팅을 위해 다운받아 놓았던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포스터를 발견했다. 물론 영화를 본지는 이미 한달하고도 십여일은 거뜬히 지났겠지만, 그 잔영이 너무나 뚜렷해 약간의 부지런함을 발휘해보고자한다.

중·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운 철학 사상들은 너무나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기억해낼 만한 것들이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로 대표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논의이다. 서로 배치(背馳)되는 이 두 철학은 그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것인가를 결론 짓는것이 어리석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물고 물리는 관계에 있다. 이 안에서 내가 내렸던 어정쩡한 결론은 "인간은 모두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라는 것이다. 약간은 괴변일수도 있는 이 말은 표면적으로 볼때 성악설에 가까워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화해서 양단을 두동강내기에는 생각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먼저 욕망이라는 말 자체도 그 의미가 조금은 모호하다. 사전적으로 봤을때 욕망은 두가지 한자로 씌여진다.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인 욕망(欲望)'과 '무엇인가를 탐하고자 하는 마음인 욕망(慾望)' 다시한번 괴변을 늘어놓자면 그 두가지 욕망은 결국 같은 것이다.

선(善)을 행하는 사람이라 칭해질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예로 들어보자. 그를 걷으로 보기에는 자신의 욕심은 없이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조금만 더 깊게 보면 그는 '남을 돕는 행위'에서 만족을  느끼고, 그는 본능적으로 그 만족을 취하고자 하는 "욕망"에 '자원봉사'라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사람까지도, 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것에 보다 많은 만족을 느낄수 있기에 그런 행동을 할수 있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악(惡)을 행하는 사람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이, 개인적 탐욕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에 의해 행위를 한다.
어쩌면 성선이던 성악이던 하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사람이 기본적으로 욕망을 따라 움직인다'라는 기본을 깔고, 어떤 욕망을 취하느냐하는 것이 본성이냐를 따지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누구나 기본적으로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욕망이 있고, 또 그 욕망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아닐까 한다.

"다크나이트"에서는 그 선악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다크나이트라는 영화가 워낙 큰 인기를 얻다보니, 그 즈음에 포스팅되었던 많은 글에서 원작 "배트맨"을 분석하거나 리뷰했다. 그중에 먼저 상기했으면 하는 내용이 왜 배트맨이 배트맨이 되었고, 조커가 왜 조커가 되었느냐하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배트맨은 폭력앞에서 죽어간 부모의 원한을 갚기위해 '정의'라는 편에 섰고, 조커는 사랑하는 아내의 어이없는 죽음이 계기가 돼 인격 장애가 생겼고, 그것이 그를 '악'이라는 편에 서게 했다. 결론적으로 배트맨과 조커는 각각 "절대선"과 "절대악"을 대표하지만, 그들의 변화과정을 전체적으로 지켜봤을 때, 과연 그들을 "절대선"이라 무조건 영웅시하고, "절대악"이라 무조건 비난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들의 경계를 "다크나이트"라는 영화안에서 연결시켜주는 인물이 '하비 던트'이다. 정의의 수호자가 개인적 좌절에 의해 어떻게 악인의 하나인 '투페이스'로 변해 가는지. 물론 그 변화에 대한 진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나의 기준으로는 그를 "악한(惡漢)"으로 무조건 비난만 할 수 없는, 불쌍한 인물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쩌면 인간 두뇌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명확한 것을 좋아한다. 흔히들 "흑백논리"라 부르고 비판하는 판단들이 우리 삶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선-악', '적(適)-아(我)', '참-거짓' 심지어 우리가 첨단이라 부르는 '디지털'이라는 단어 자체도 연속적인 것을 연속적이지 않은것으로 재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악인이 개과천선하여 절대 선인이 될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또 적이었던 사람이 친구가 될수도 있고, 그가 다시 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모두 사람 개개인이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기본 성향은 같지만, 어떤 욕망을 택하는지에 대한 성향이 능동적으로 바뀔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 다크나이트는 배트맨과 조커, 투페이스를 통해 선악의 경계와 그 모호함. 그리고 가변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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