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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아이] 감성이 배제(排除])된 기술에의 회의

누구에게나 '지금까지 봤던 영화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겠지만, 그 후보에 들만한 영화들의 경우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그 후보중 하나로 꼽을수 있는 것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다. 거의 10년전, 수능을 치른 직후에 본 영화지만 아직도 그 영화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문명의 산물(産物)들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을 감시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다소 섬뜩한 설정때문이다. 공학의 일종(정확히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자 했던 나에게 기술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다소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던 첫번째 영화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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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보안과 관련된 첩보 활동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기(利器) 이상의 것들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과 영화로부터 이미 10년의 시간이 경과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의 설정은 벌써 현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이글 아이(Eagle Eye)'는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한단계 뛰어넘고 있다.
나는 처음 영화 제목과 간단한 줄거리 소개만을 보고 '멀리 있는 먹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독수리의 뛰어난 시력'만을 생각했다. 단순히 '뛰어난 감시 체계'에 대한 영화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이글 아이', 컴퓨터 '아이다'는 오히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의 '스카이넷'과 닮아있다. 정보 수집 능력과 상황 판단 능력,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의지와, 그 의지를 실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본다면, '이글 아이'의 '아이다'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꿈만 같은 얘기는 아니다. 또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의 한 사람으로서, 기술의 발전 방향이 '보다 사람에 가까운, 그리고 유사한 모습'을 띄게 하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쩌면 '이글 아이'의 '아이다'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순수 기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컴퓨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야 할 점은 '인간이 어떻게 인간의 피조물(被造物)과 차별화 되냐'는 것이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그것이 "감성(感性)"과 "의지(意志)"에 있지 않나 싶다. 인간은 수치적으로 계산되는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랑"과 "희생"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인간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감으로서 다른 존재들과의 차별을 이룬다.
우리가 기술을 이용해 우리의 피조물에 '감성'이나 '의지'를 주입시키면 어떻게 될까. 사실 감성을 제대로 주입시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영화 'A.I'에서의 데이빗처럼 인간의 동반자가 될수 있는 존재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 물론 삐뚤어진 감성을 가진 피조물은 예외다 ― 하지만 감성 없이 의지만을 주입시킨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재앙 속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 대부분의 피조물은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간보다 강인하다. 온갖 기계는 육체적 한계를, 각종 정보기기는 '망각'과 '속도'라는 두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인 것이다. 이런 피조물에 '감성'없는 '의지'만을 부여한다면, 인간은 오히려 피조물에게 '정복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인간의 '감성'에 의해 빚어지는 각종 비효율이 우리 피조물의 계산적 판단으로 본다면 매우 못마땅한 것이 될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비효율을 불러오는 '감성'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큰 차별성이기에, 인간 스스로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반복해 부연(敷演)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엔지니어는 기술 발전의 상한에 선을 긋고,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반문(反問)해야 한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주장했듯, 감성과 도덕성이 결여된 기술은 인간 스스로에 대한 '흉기(凶器)'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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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긴장감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한 초반에 '중강(中强)' 수준의 액션을 보여주고, 늘어질만 하면 한번씩 긴장감을 조여줄만한 액션을 반복해서 보여준다는 '헐리웃 액션 영화의 법칙'도 성실하게 지켜주고 있어, 러닝타임(running time)내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받은 느낌이다. 또한 '트랜스포머'에서 유약하고 어리게만 보았던 '샤이아 라보프'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었고, 내용상으로도 엔지니어인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단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액션 장면들이 과대(過大)하고 빨라 '정신없다'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점은 액션 영화를 즐기는 사람입장에서 보면 '가당찮은 투정'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에 근접한 문제이므로 꿋꿋이 '투정어린 불만'을 늘어놓은 것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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