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지몽(胡蝶之夢). 이것은 장자(莊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데, 나비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이말은 또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또는 인생의 무상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인셉션'이라는 영화를 한마디로 "호접몽이라는 동양의 고사성어를 헐리우드식의 표현으로 시각화 시킨 영화"라고 정의하고 싶다.
크리스토퍼 놀런이라는 이 놀라운 감독은 인셉션에서 '드림머신'이라는 상상속의 이기를 통해 '꿈'이라는 추상적인 존재를 형상화시켰다. 또 꿈과 현실에 대한 시간적 분석, 기억과 꿈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꿈속의 놀라운 세상을 시각화하고 극화(劇化)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 영화는 줄거리 자체의 심오함보다는 '꿈'과 '현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시각효과는 그 '생각'을 가속화하는 하나의 디딤돌 역할을 할 뿐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 '현실의 기억과 꿈. 그것들이 반영돼 다시 현실이 되는 꿈속'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생각들?
전반적으로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는것이 다소 '머리아팠'지만, 그 과정에서 갖게 되는 생각의 깊이도 상당히 깊었고, 그 생각의 내용 역시도 매우 건전했으며, 눈에 보이는 비쥬얼(visual) 역시도 만족스러웠기에 누가 영화에 대해 물어본다면 "만족스러운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꿈의 밑바닥이라고 하는 개념, 꿈속에서의 죽음과 약물의 사용에 대한 관계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사실 이 내용에 대한 설명이 영화속에 있었지만, 극의 논리적 타당성을 밝히기 위한 그야말로 "설명"의 성격이 강했다. 또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이루어진 '빠른 설명'이었기 때문에 다소 생각이 느린 나로서는 그 내용을 모두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그 설명들에 대해 약간이나마 더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했다면 영화의 보다 심오한(?) 의미를 공감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