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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호그와트, 그 7년간의 연대기


호그와트, 그 7년간의 연대기
"해리 포터 시리즈"에 대한 얘기는 수년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소설이라며 한번쯤 읽어보길 권했지만, 그 당시만해도 판타지나 무협 소설에 큰 흥미가 없었던 나에게 그것은 큰 흥미거리가 되지 못했다.
베스트셀러이니, 스테디셀러이니 해도 나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던 '해리 포터 시리즈'의 줄거리를 처음 접한 것은 영화화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봤을 때였다. 당시에는 다소 냉담하게 영화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꽤 흥미롭게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 결국 그후, DVD를 구입해 영어 공부 목적으로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을 30번이상 반복 시청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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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이동중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읽을 거리'를 찾던중 우연히 파일로 된 "해리포터 시리즈"를 발견했다. 여전히 무협이나 판타지를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핸드폰에 저장해 가볍게 읽을 것이었기에 한번 읽어보기로 하고 해리포터 전권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 사이에 여러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 영화를 봤었는데, 영화와 다르거나 영화에서 생략되었던 내용들을 찾아내며 읽는 재미가 나름 쏠쏠해 의외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영화를 먼저 본데 따른 부작용도 있었는데, 영화화된 장면들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 되는 상상력에 한계로 작용하기도 했던 것이다. 특히 인물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는 아마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리라.

첫 번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마지막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까지를 모두 읽고난 뒤의 첫 느낌은 "해리포터"시리즈가 "독자와 같이 성장하는 소설"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주인공 3인방(해리 포터,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과 같은 나이로, 그리고 그들과 같이 나이 먹어 가는 독자들과 같은 나이로 말이다. 주인공 3인방이 호그와트에서 지내는 동안의 연대기(年代記)라라고 할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는 마냥 '판타지 동화'같기만 하던 내용이 편을 거듭하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더니, 후반부인 "해리 포터와 혼형 왕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이르러서는 운명과 죽음, 심지어는 호접몽(胡蝶夢)을 연상케 하는 장면까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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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비교적 흥미와 재미 위주의 줄거리를 보여주던 전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의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중의 하나가 '운명'에 대한 것이다.
후반부에 덤블도어에 의해 언급되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주인공 해리가 볼드모트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예언으로부터 이 소설의 내용은 시작된다. 예언을 전해 들은 볼드모트가 해리를 살해하려다 실패했고, 해리의 부모가 대신 그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자라면서 그런 사실을 깨달은 해리와 그의 친구들은 부모의 원수를 갚고자 더욱 볼드모트와 격하게 맞서 싸웠지만, 자신이 볼드모트를 제거할 수 있다는 예언을 모두 듣는 순간 고민에 빠진다. 자신이 볼드모트와 싸우는 것은 자신의 운명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그것은 그에게 '볼드모트와의 싸움'이라는, 피할수 없는'의무'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그에게 작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요구한다. '운명이라는 것은 결국 정해져 있는 것이 아리고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볼드모트와의 싸움에서 '볼드모트와의 싸움은 자신의 운명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싸워야 한다'는 다소 피동적(被動的)인 자세와, '볼드모트는 부모님의 원수이자, 세상을 위해서 없어져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능동적(能動的)자세는, '싸워야 한다'는 같은 결론에 도달할지라도 그 결론에 마주하는 자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들은 결국 "운명의 선택을 받을것이냐, 운명을 선택할 것이냐"라는 다소 철학적인 고민에 도달하게 하는데, 나는 여기서 "우리가 선택하는 일 하나하나가 모여, '운명'이라는 단어를 성립시키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성급히 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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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胡蝶夢)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는 내용이 진행될 수록 철학적인 영역에 손을 대더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킹스 크로스'라는 장(章)까지 등장한다. 여기서 해리는 죽음과 삶,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서 덤블도어와 대화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깨달음을 찾는다. 말 그대로 해리는 죽은것이 산것인지 산것이 죽은 것인지 모르는 경계에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는 호접몽을 경험한 것이다.

'번역의 질' 문제일 수 있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초반부는 흥미로운 내용과는 별개로 매끄럽지 못한 표현들이 군데군데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표현들도 탄탄해졌으며 흥미로운 소재들을 짜 맞추는 구성도 정교해진다는 느낌이었다. 판타지 소설을 선호하지 않던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시리즈가 왜 그렇게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지도 공감할 수 있었다.
처음 자녀들의 기저기값을 마련하고자 해리포터를 집필하기 시작했다는 조앤 롤링의 인생역전에 놀라움을 표하고, 이런 책을 집필할수 있는 그의 상상력에 경의(敬意)를 표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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