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연기군 남면 진의리 353번지.
내가 태어나고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집의 주소이다. 하지만 이제 곧 사라져버릴 주소이기도 하다. 행정복합도시, 혹은 세종특별시라고 불리우는 신도시 건설에 따른 일이다.
사실 세종특별시에 편입된 연기군 남면 지역은 우리 부안(扶安) 임(林)씨 전서공파의 집성촌이다. 고려말 충신이셨던 전서공(典書公) 임난수(林蘭秀) 할아버지께서 조선 개국때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낙향해 자리잡은 곳이 이곳으로, 그후 600여년간 우리 집안 사람들이 뿌리 내려온 곳이다. 지금도 진의리와 양화리에 거주하는 가구의 90%가 우리 부안 임씨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이전 공약을 내걸었을 때부터 고향 사람들은 불안해 했다. 수도 이전이라는 것이 쉽게 이루어질리 만무했지만, 이미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 고향 인근 지역에 수도를 이전하려는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지역이 지금껏 특별한 자연 재해 한번 겪지 않은 '축복 받은 땅'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불안은 더했는지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했던 행정수도이전은 시간이 지나면서 행정 복합도시 건설로 변질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행정 복합도시 건설이 가능할지 여부도 반신반의하게 된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고향을 내놓지 못하겠다던 집안 어르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되던 행정 복합도시 건설은 수많은 내홍(內訌)만을 남긴채 유야무야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된다.
이 지역에 오랜세월 터를 잡고 살아온 덕에 인근의 산소 대부분은 우리 집안의 조상님들의 것이다. 이미 행정복합도시 조성을 위한 '첫 마을' 사업이 시작되었기에 일부 분묘는 이장을 마쳤으나, 우리 문중 산소의 이장은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가끔 할머니를 뵈러 고향집을 방문할 때면 넓게 펼쳐진 공사현장을 보며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었는데, 오늘은 그 이질감을 넘어 '이젠 고향이 사라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