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우리가 어릴적 가졌던 꿈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남자 아이들의 경우, 과학자 아니면 대통령이 장래 희망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의 대통령은 언론에서부터 신격화에 가까운 대우를 받았으니, 당연히 아이들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 물론 당시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상당한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어용(御用) 언론"이라고 까지 비판 받았던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은 그 대통령들을 신격화 하는데 앞장섰다. 이 이야기들은 근래 "이제는 말할수 있다."식의 정치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곤 한다. ―
아이들의 또다른 꿈. 과학자는 어땠는가?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당시의 남자 아이들은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에 푹 빠져있었다. "스타에이스 ― 아마도 원작 이름은 '당가도'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스타에이스'란 이름으로 방영 ―", "메칸더 V", "마징가 Z", "태권 V" 등. 지금도 그 이름이 정겨운 로봇들의 이름이다. 이들 로봇이 나오는 만화영화에서 공통적인 점은 소년병들이 그 로봇의 파일럿이고, 그들을 이끄는 것은 그 로봇을 만든 과학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남자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로봇의 파일럿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를 꿈꿨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최근의 이공계 기피 현상과 아동용 로봇 애니메이션의 기근은 어느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에서는 어릴적 보았던 그 로봇물의 두 축, 파일럿과 과학자를 한 인물로 압축해 놓고 있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군수업체 CEO이자, 뛰어난 과학자이며, 영화 내에서의 표현 따라 "Super Hero"인 "아이언 맨" 그 스스로이다. 사실 영화의 구성이나 줄거리상 "보기에 무난한 영화"라는 평이 적합할 것 같다. 크게 모난점이나 부족함도 없고, 영화 내에서의 갈등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존재한다. 또한 어릴적 꿈꿨던 "과학자"의 모습이나 로봇물에서 공통적이로 보이는 "전쟁 영웅"의 모습을 되살려 약간의 추억에 마져 젖었으니, "보이게 무난한 영화"라는 나의 평가는 어쩌면 너무 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깊은 곳에 남에 있는 마쵸(macho) 기질이 토니 스타크란 인물을 "부러운 대상"으로 만들어 영화에 대한 평가에 객관성을 잃게 했기 쉽다는 생각이 들기에 이정도의 표현으로 평가를 마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여느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나름대로 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도덕성이 결여된 과학은 범죄일 뿐이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란 인물은 극중 도덕적 각성을 했지만, 그 맞대결 상대인 오베디아는 끝까지 자기가 가진 기술을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며 "악(惡)"의 화신이 되고 말았다. 과학이나 기술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사람들에게 흉기(凶器)가 될수도 있고, 이기(利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이나 기술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우리가 가진 과학이나 기술이라는 도구를 흉기가 아닌 이기로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스스로의 인간성과 도덕성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